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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이 된 트럼프, 미국은 왜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가
초강대국 미국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그 붕괴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그의 외교와 통치 방식은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기보다, 칼자루 없는 칼을 휘두르는 전제 군주의 모습에 가깝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의 행보는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기 위해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 진압을 이유로 군사 공격을 암시한 발언 역시 국제 사회를 긴장시켰다.
이 모든 발언과 행동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국은 왜 자신이 만든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가?
미국이 만든 국제 시스템을 부정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가 무시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국제연합(UN)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국제연합을 무시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지 W. 부시는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유엔의 승인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보는 단발적 일탈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국제 질서 파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국제연합은 소련이나 중국이 아닌, 전적으로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제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마음대로 재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루스벨트는 ‘미국의 힘은 제도 속에서 절제될 때 지속된다’고 보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집단 안전보장이라는 개념, 그리고 국제연합이었다.
국제연합을 무력화시키는 트럼프의 방식
1945년 국제연합 창설 이후, 미국은 줄곧 이 체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국제연합을 협의의 장이 아닌 방해물로 인식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에 대해 국제연합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국제법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은 명확했다.
탈퇴, 무시, 압박.
그는 국제기구를 떠나고, 반대하는 국가에는 ‘관세’라는 무기를 앞세워 침묵을 강요했다.
조율과 합의를 통해 권력을 절제하라는 국제 질서의 핵심 원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전제군주를 떠올리게 하는 통치 방식
트럼프의 국내 통치 역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한다.
그는 인종차별 금지라는 미국 헌법적 가치를 무시했고,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미네소타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반란법 발동까지 언급했다.
정책 비판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중국 명·청 시대의 ‘문자의 옥(文字之獄)’을 떠올리게 한다.
말과 생각이 통치자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제거 대상이 되는 사회,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두려워한 시나리오
1787년, 미국 제헌의회는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도입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이 전제군주로 변질될 가능성을 누구보다 경계했다.
그래서 의회·사법부·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헌법의 핵심 구조로 설계했다.
“모든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부패한다.”
트럼프의 행보는 바로 이 경고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 이후’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일부는 말한다.
“트럼프만 물러나면 미국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트럼프는 단지 한 명의 대통령이 아니라,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복잡하고 느린 국제연합 시스템보다,
힘과 압박으로 즉각적 성과를 얻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다음 대통령 역시 같은 길을 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트럼프가 중국의 시진핑식 장기 집권 모델을 부러워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스스로 무너지는 초강대국, 그리고 포스트 미국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힘뿐 아니라 신뢰와 규범으로 세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제군주적 행보는 그 신뢰를 갉아먹었다.
오늘날의 미국은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리더라기보다,
자신의 힘만 믿고 행동하는 동네 갱스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몰락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미국이 어떤 길을 갈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의 미래는 현재의 선택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세계는 ‘포스트 미국’을 상상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